1편에 이어서~~~ 산을 향해 걸어 갑니다.
폭신하게 깔린 눈길을 뽀드득 소리를 내며 걷는 일은 참 행복합니다.
PD님은 촬영을 위해 카메라를 준비하고 다른 벗님들은???? ㅎㅎㅎㅎ
눈을 보더니 미친듯이 눈싸움을 하기 시작합니다. 카메라고 뭐고 없습니다. ㅎㅎㅎㅎㅎ
다해스럽게도 눈이 뭉쳐지질 않아서 날아가는 동안 다 부셔져서 맞아도 아프지는 않습니다.
먼저 다녀간 길벗들이 놓고 간듯 보이는 비료푸대가 여러개 눈이 띄입니다.
너나 할거 없이 비료푸대에 올라 타서 눈썰매를 타기 시작합니다.
끼야악~~~~ 소리 지르며 다들 난리가 났습니다.
굴러 지고 넘어져도 즐겁기만 합니다.
저도 체면 가리지 않고 눈썰매를 몇번이고 탔답니다. 깔깔 거리며 소리 지르며... 정말 즐거웠습니다. ㅎㅎㅎㅎ
저 다리 위로 올라가서 장군봉으로 갑니다.
모두들 준비 해 온 아이젠을 끼고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조심 ...
라벤더님 가족이십니다. 참 보기에 좋았습니다.
눈보라에도 그 먼 길을 부평 한마디 하지 않고 끝까지 잘 걸어준 은비양... 얼마나 이쁜지 모릅니다.
고글까지 준비한 아빠의 치밀한 정성이 돋보이는 순간입니다.
추남님과 딸 은비가 함박눈을 맞으며 환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하얀 눈을 맞으며 함께 길을 걸을수 있다는건 커다란 축복입니다.
곳곳에 작은 공원이 있는 군산이 정말 좋은것 같습니다.
군봉공원을 빠져 나오는데 바람이 심상지가 않습니다.
하늘이 구멍난듯 아기 주먹만한 눈덩이들이 쏟아집니다. 바람을 등지고 걸어 보기도 하지만....
지나가던 차들도 슬슬 기어갑니다. ㅡ.ㅡ;;
정면으로 불어 오는 바람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뜨기 조차 힘이 듭니다.
그래도 어린 친구들은 좋다고 눈싸움을 합니다.
차를 방패 삼아 양쪽에서 눈을 뭉쳐 던지고.. 신났습니다. ㅎㅎㅎㅎ
와우~~~~~~~~~~~~ 저 바람 소리가 들리시나요?
지기님 등에 꼽은 깃발에서 휘파람 소리가 쌩쌩 납니다.
구불길 깃발이 찢어질듯 펄럭입니다.
정말 대단한 칼바람입니다. 몸무게 조금 나가시는 분들은 이런날 바깥 출입을 자제해야 할듯 합니다.
군산토박이님은 무릎담요를 꺼내시더니 허리춤에 묶어서 치마처럼 입으시더군요
너무 웃겼지만 나중에 저도 지기님께 담요 빌려서 저렇게 하고 다녔답니다. ㅎㅎㅎㅎㅎㅎ
와~~~~~~ 모든걸 다 날릴듯이 불어대는 칼바람....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눈만 빼꼼 내밀고 말 한마디 없이 모두들 묵묵히 걷기만 합니다.
마치 묵언 수행을 하는 순례자들의 모습처럼 거룩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하구둑입니다. 바닷가의 바람은 더욱 거세고 더 차갑게 느껴집니다.
걷는 일을 그만 두고 싶었습니다.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 친구는 옷도 얇아보이던데...
한마디 불평도 않더니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억새잎 하나 뜯고 바람을 느끼려는지 둑 아래로 내려가 봅니다.
우리가 가야할 길입니다.
눈보라가 날리는 오늘 같은 날에는 바다의 배도 추워 보이는게 당연한건지... ㅎㅎㅎㅎ
오늘 긴 걸음을 통해서 이 어린 친구는 무엇을 느꼈을까요?
그 속은 모르지만 몸과 맘은 훌쩍 자랐을거라고 믿어 봅니다.
뭐든 그렇겠지만 ..
내가 모를 때는 그 세상이 없다고 여기며,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인줄 알고 평생을 살수도 있을것입니다.
진포시민공원입니다. 시비들이 곳곳에 있고 조각상들이 많이 있지만,
눈과 추위로 얼어붙어 있는 제게는 아무 것도 눈에 들어 오지 않습니다.
휴게소에 들러서 따뜻한 쵸코 음료를 마시니 조금 살것 같습니다.
여기서 지기님 신었던 스패츠까지 벗어서 떨고 있는 제게 주시고....
너무나 고맙습니다. *^^*
철새조망대도 지나치고...
촬영 하면서 지체된 시간 때문에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도착점인 옹고집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님들의 말에 다시 한번 다리에 힘을 모아 봅니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불빛도 차갑게 느껴지고 ... 빨리 이 걸음을 멈추고만 싶습니다.
이 커브만 돌면 도착점이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봅니다. 에구구구..... ㅡ.ㅡ;;;;
휴우~~~~~~~~~~~~ 드디어 옹고집에 도착 하였습니다.
힘든 여정이 끝나고 맛있는 밥이 기다리는 따스한 곳에 도착 하고 보니 오늘 하루가 참으로 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땅에 사는 동안 온 세상과 우주를 다 탐험 하지는 못 할지라도,
늘 내가 아직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며
하나 하나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다는 것, 그런 열린 마음과 눈을 갖는 것은
참 어렵지만 소중한 일이라는걸 오늘 하루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칼바람 속에서도 서로를 챙기며 묵묵히 긴 길을 함께 걸어주신 길벗님들 고맙고 사랑합니다. ^^*
'군산 구불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산 구불길 6코스 .탁류길 /근대문화유산을 따라 걷다 (1.29) (0) | 2012.01.31 |
---|---|
티브로드에 소개된 군산 구불길 칼바람... (0) | 2011.02.09 |
군산의 칼바람..... 1편 (2010.01.15) (0) | 2011.01.21 |
군산의 칼바람.. 제대로 맞아 보았습니다. (0) | 2011.01.18 |
군산구불길 2코스와 신시도길 다녀 왔어요 (2010.12.12) (0) | 2010.12.13 |